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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로써의 형식 - 드로잉의 재발견

전시기간 : 2014-09-26 ~ 2015-03-01

청조갤러리는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회화 작품들과 종이를 매체로 하는 판화, 드로잉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회화기법을 체득하여 한국적 모티브와 미를 추구한 장욱진, 박수근, 이중섭, 도상봉 등의 작품과 미술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백남준의 Communication Tower 등 소장품 중에서 엄선한 약 1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스케치, 드로잉의 일상성

스케치란 펜이나 연필 같은 비교적 단순한 매체를 사용하여 일상적인 소재를 담아 내는 시각적 기록을 지칭하며 대상에 대한 제작자의 순간의 감성과 인상을 속도감 있게 포착 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스케치는 작품을 통한 특정한 메시지의 전달을 목표로 하지 않으므로 그 주제가 거창하거나 추상적이지 않다. 주변의 인물, 평범한 사건의 기술, 자연과 풍경 등과 같이 일상적인 요소들을 다분히 내포한 선묘(line) 위주의 간결한 그림과, 찰나의 즉흥적인 느낌을 끄적거린 낙서, 여행 일지, 그림 일기와 같은 매일 매일의 사소한 기록이 스케치에 해당한다.


개념도 및 구상도

드로잉의 개념은 비단 미술의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보다 폭넓게 통용 되고 있다. 사유의 논리적인 전개 과정을 이미지와 함께 갈무리한 각종 개념도 및 구상도 역시 큰 범위의 드로잉으로서 간주되며, 이러한 드로잉은 의상 디자인, 문학, 만화, 사진, 건축, 식물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범주에 해당하는 드로잉은 제작자의 사고의 진행 과정을 서사적인 흐름으로 유추해 볼 수 있으며, 그 안에 함축된 시간성의 경과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선의 자동기술 (Automatism)

실재하는 대상에 대한 사실적 모사가 사라지고 화폭을 가득히 메운 비정형의 선들. 이는 마치 인간의 의식 저변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사유의 선과도 같다. 제작자의 손을 떠나 자동적으로 화폭을 가로지르는 선의 율동에는 그 자체만의 약동하는 생명력이 있으며, 이로부터 ‘선’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형 언어가 야기하는 미적 쾌감이 발현된다. 자동기술(Automatism)은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행위의 자적으로, 단순한 연필선과 같은 단색으로만 이루어 지거나 다양한 색채가 곁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선의 움직임이 내포한 자체적인 생명력으로 인해 자유분방한 색채의 자동적 기술에도 예기치 않은 풍부한 감성의 흐름을 포착될 수 있다. 동양 고유의 매체인 모필과 먹에 의한 자동기술은 매체 자체의 유연성에 의해 생동하는 기운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에스키스

에스키스란 본디 큰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초벌 단계로서의 밑그림 혹은 초고를 의미하나, 본 전시에서는 모든 작품에는 여전히 열린 표현 가능성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다량의 작품들을 잠재적 에스키스로서 선보이고자 한다. 또한, 드로잉은 과정을 중시하는 영역이면서도 동시에 완성작 속에 그 풍부한 가능성을 지니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드로잉 가운데는 드로잉과 완성작의 경계를 애매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역시 드로잉의 다채로운 잠재성으로 인한 개념의 확대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 이다. 수 많은 작가들이 하나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많은 양의 에스키스를 제작한다. 거듭되는 사유와 반복적인 손의 결합이 빚어내는 에스키스는 창작의 과정에 있어서 ‘손’이라는 매체가 단순히 부차적인 수단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개념이 예술이 되고 창작의 방식이 날로 기계화 되어 가는 현대 미술의 흐름 한 가운데, 아날로그적인 손의 작업에 대한 환기가 더욱 절실함을 느낀다.



백남준은 자신의 회갑을 기념하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회고전, “백남준ㆍ비디오때ㆍ비디오땅”(1992)에서 <나의 파우스트(My Faust)>를 선보였다. 백남준이 고민해 오던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13점의 작품으로 구현한 연작이다. 그 중 <파우스트 7채널-건강>은 TV모니터에서 인체, 의료, 질병과 관련된 정보 영상들이 복합적으로 편집되어 끊김 없이 재생된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건강’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고민을 비디오아트로 시각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